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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k Mythology/Fanfiction

불멸의 상처, 헤라클레스 : 그대의 고통을 껴안다

by The Fallen Gods 2025. 4. 11.

세상의 모든 신화가 찬란한 황금빛으로만 물들어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가장 깊은 어둠에서 걸어 나온 이였다.

 

헤라클레스.

신들이 시기하고, 인간이 경외한 반신반인의 영웅.

그의 이름은 전쟁과 승리의 언어처럼 울려 퍼졌지만, 정작 그의 눈동자엔 언제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삶은 피와 고통으로 새겨졌다.

제우스와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여신 헤라의 분노는 그의 운명을 저주처럼 따라다녔다.

젖먹이 시절, 그는 헤라가 보낸 독사를 맨손으로 조용히 짓눌렀고, 그것이 곧 고통과 불행을 껴안은 그의 삶의 서막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눈물보다 칼과 방패를 원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열두 과업'을 명령했고,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신화가 되었다.

 

늑대처럼 포효하던 네메아의 사자를 맨손으로 찢고,

레르네의 히드라와 맞서 그 머리를 태워 죽였다.

케르베로스를 끌어내던 그날, 저승의 문턱에서 그는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죽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늘 살아남았다. 살아남아야만 했다.

누군가는 그를 위대한 영웅이라 칭송했지만,

그는 자신이 죽지 못하는 자라고 생각했다.

 

불멸은 축복이 아니라 형벌처럼 느껴졌다.

고통이 끝나지 않기에, 죄책도, 상처도 그 안에 살아 있었기에.

그가 진정 사랑했던 여인 메가라를, 헤라의 광기로 인해 스스로 죽게 만든 날 이후, 그는 다시는 누군가를 품에 안지 못했다.

 

피투성이의 정신 속에서 그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고, 신들도 그를 구원하지 않았다.

한밤중, 이카리아의 언덕에서 그는 홀로 앉아 있었다.

밤하늘엔 별들이 조용히 흘러가고, 바람은 과거의 목소리를 끌고 왔다.

“너는 왜 아직 여기 있는 거냐.”

그는 자신의 그림자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기억이 있었다.

소년이던 시절, 그가 처음 활을 배웠을 때. 그의 스승 케이론은 말없이 활을 겨누는 법을 가르쳤다.

 

그는 그 기술보다도 스승의 침묵을 더 오래 기억했다.

누군가 그의 고통을 묻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는 그때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렴풋이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전쟁이 끝난 들판 위에서도, 혼자 살아남은 병사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했다.

적이라도, 두려움에 떠는 자에게는 방패를 거두었고, 병든 이를 위해 자신의 포도주를 내어주었다.

세상은 그를 '괴력의 상징'이라 했지만, 정작 그는 가장 자주 상처받는 인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스로의 삶을 끝낼 결심을 했다.

헤라의 독이 스며든 옷을 입고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했지만, 신들은 그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였다.

그는 불타오르는 불멸의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

한 가지를 깨달았다.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은, 신보다 더 인간답다.’

그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별들이 그를 기억했다.

그를 향한 수많은 기도와 찬사는 신들의 무관심을 뚫고 하늘로 닿았다.

그리고 지금도 밤하늘 어딘가에서, 그는 조용히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누군가의 고통을 껴안기 위해,어깨를 내어주고 있을지 모른다.

불멸의 상처를 가진 영웅.

그는 끝끝내 인간으로 남고 싶어 했던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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