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바람을 훔친 날 :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을 속인 신의 미소
신은 말하지 않았다.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는 움직였고, 생각했고, 계획했다. 하늘이 어슴푸레 빛나던 새벽.마야의 품속은 따뜻했지만, 나는 그곳에 오래 있을 마음이 없었다. 손끝이 바닥을 짚자 대지는 조용히 나를 반겼고,별빛은 내 작은 발끝을 비추었다. 나를 감싼 천은 산의 안개처럼 부드러웠고, 세상은 고요했다.너무나도 쉽게, 나는 바깥세상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속임수'라는 단어에 매료되었다.진실보다 빠르고, 칼보다 날카로운 그 감각. "소들이 온다." 땅을 울리는 발굽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것은 내 형, 아폴론의 것이다.태양을 품은 자. 질서의 신.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의 기운은 해처럼 무겁고 뜨거웠다. 나는 웃었다.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비틀어 보고 ..
2025.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