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발소리를 기억한 사슴의 독백
처음 마주쳤을 때, 숲이 멈췄다.바람도 잎새도, 심지어 고요한 숨결마저 멎은 듯.황금빛 뿔을 가진 사슴 하나,숲의 맥박이자 여신의 손끝에서 태어난 존재.다른 네 마리 자매들과 달리 굴레 없이 자라났다. 아르테미스는 마지막 한 마리에게 자유를 내어주었고,그 자유는 깊은 숲을 품은 몸에 깃들었다. 계절마다 풀꽃의 냄새가 달랐고, 달빛은 언제나 낯선 표정으로 내려앉았다.오래도록 그렇게 살아온 삶 속에, 그가 나타났다. 인간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척.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 맹수조차 머뭇거릴 만큼 거대한 무언가.입술이 아닌 눈빛으로 이름을 부르던 사내— 그 순간, 본능이 움직였다.발굽 아래의 흙이 튀었고,숲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졌다. 뒤따르는 기척은 쉼이 없었다.달빛 아래를 가르며 봉우리를 넘었고,..
2025.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