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던 어느 날, 아르테미스는 홀로 숲을 거닐다 낯선 사내를 만났다.
그는 고요한 눈동자에 야생의 기운을 품은 자, 이름은 오리온.
“너... 인간이냐?”
“나는 사냥꾼일 뿐이야. 신이든 인간이든, 짐승이든. 내가 노리는 건 오직 자연뿐.”
처음엔 경계했지만, 아르테미스는 곧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짐승을 아끼는 손길, 자신보다 빠른 발.
그는 무례하지 않았고, 허세도 없었으며, 그저 사냥과 숲을 사랑했다.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두 존재는 말없이 자주 같은 곳을 걷게 되었다.
그녀는 점차 스스로도 모르게 오리온을 기다리고 있었고,
오리온 또한 그녀의 그림자를 따라 걷고 있었다.
하지만, 신의 세계는 인간과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오빠인 아폴론은 그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신이 인간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 그건 곧 신으로서의 너를 부정하는 거야.”
“그런 경고는 이제 지겨워. 그는 누구보다 순수해.”
아폴론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계략을 짰다.
어느 날, 오리온은 바다를 건너던 중이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닷물에 젖고, 어깨 위로 햇살이 번졌다.
멀리서 이를 본 아폴론은 여동생에게 속삭였다.
“저기 떠 있는 저것. 인간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군. 네가 사냥의 신이라면, 저것을 정확히 꿰뚫어보겠지?”
아르테미스는 무심히 활을 들었다. 그녀의 화살은 항상 명중했다.
그날도, 아무 의심 없이. 그녀는 그 머리만 보이는 존재에게
사냥의 신답게 정확히, 흔들림 없이 화살을 쐈다.
바다가 고요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밀려온 파도 위에
검고 젖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오리온의 몸이 떠올랐다.
“...아니야... 이건...”
그녀의 손이 떨렸고, 활은 바닥에 떨어졌다.
피보다 진한 죄책감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숨이 막히는 고통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녀는 눈을 뜨지 못했다.
사냥은커녕, 숲을 걷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제우스를 찾아갔다.
“부탁이야.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줘.”
“...무엇을 원하느냐, 아르테미스.”
그녀는 잠시 머뭇이다 말했다.
“그의 이름을... 별로 남기게 해줘. 사람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그를 기억하게 해줘.”
제우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이후로 밤하늘에는 오리온의 별자리가 나타났다.
활을 들고 별빛 사이를 걷는 사냥꾼,
아르테미스가 사랑했고,
자신의 손으로 죽인 그 이름.
그리고 지금도, 겨울 밤하늘에 가장 밝은 별자리.
오리온은 그 자리에 서 있다.
말없이, 변함없이,
자신을 쏘았던 그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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