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은 언제나 정직하다.
언제, 어디서나 같은 별이 같은 자리에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빛의 이름을 가진, 그 찬란한 별을.
나는 프로키온.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를 조금 앞서 떠오르는 작은 개자리에 자리한 별.
하지만 누구도 나를 먼저 보지 않는다.
늘 그가 먼저다.
내가 그보다 먼저 떠오른다 해도, 사람들은 기다린다. 그가 하늘에 오르기만을.
나는 그를 따랐다.
사냥꾼 오리온의 곁에서, 우린 둘이었다.
큰 개, 시리우스.
작은 개, 프로키온.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발자국은 커다랬다.
나는 그의 그림자처럼 뒤를 따랐다.
그는 내가 작고 조용하다고 놀리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눈치를 채고 덤불 속 짐승을 향해 고개를 돌리던 나를 보며 웃었다.
“넌 언제나 빠르구나.”
그가 내 귀를 쓰다듬을 때마다, 나는 짖지도 못하고 꼬리만 흔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리온과 함께 숲을 헤매고, 강을 건넜다.
오리온이 죽던 날, 그는 달렸다.
죽음을 모른 채, 혹은 알아도 무시한 채.
그의 눈은 오리온을 향하고 있었고, 나는 그를 향하고 있었다.
“시리우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를 불렀을 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도 빛났고, 나는 너무나도 작았다.
그의 울음이 하늘에 닿았을 때, 우리는 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먼저 떠오른다.
언제나 하늘에서, 그보다 조금 먼저.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
그는 너무나 찬란하니까.
나는 그림자다.
그를 쫓는 조용한 발소리일 뿐이다.
어쩌면 질투였을까.
그의 빛, 그의 소리, 그의 존재를 닮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가 웃을 때만 빛났고, 그가 멈출 때만 쉴 수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따라야만 했다.
이제는 하늘에서조차 말이 없다.
내 목소리는 별들 사이에 스며들어 아무도 듣지 못한다.
시리우스는 여전히 가장 밝다.
나는 그보다 먼저 떠오르지만, 그를 앞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선다는 건, 빛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림자다.
그래도 괜찮다.
그가 떠오르기 전, 나는 하늘을 맴돈다.
내가 가장 먼저 보는 별빛은,
그가 아니라—
그를 기다리는 이들의 눈동자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 아주 조금… 따뜻해진다.
오늘도 나는 떠오른다.
그보다 먼저, 그러나 그를 향해.
그리고 속삭인다.
“나는 아직도 널 따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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