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가 나.
피는 흐르지 않는데, 내 주변이 썩어가.
숨을 들이마시면 안 돼.
내가 숨 쉴 때마다, 공기가 나를 거부하고 있어.
머리가… 머리가 아파.
아니, 머리카락이—아니, 아니…
움직이고 있어. 내 의지가 아냐.
무언가가, 살아있어. 내 머리에서.
나는 내 손을 들어
머리 위로 가져가려 했지만,
비늘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내 척추까지 얼게 만들었어.
“이게… 뭐야…”
입 밖으로 새어나온 목소리가
낯설어.
쉿, 쉿, 속삭이는 소리들 사이에
내 목소리는 묻혀가.
신전은 조용해.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그 자리,
아테나 여신의 조각상은 더 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아.
그녀는 등을 돌렸고,
나는 저주를 받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아니야.
그건… 복수였어.
신의 분노.
피해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여기선, 신의 기분이 전부야.
눈을 감고 싶어.
다시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감지 못해.
눈꺼풀이 떨리고,
안구가 뜨겁고,
누군가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이제 아름답지 않아.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할 거야.
내 얼굴을 보고 돌이 되겠지.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겠지.
내 이름은…
이제 메두사가 아니야.
나는 신들의 경고고,
아테나의 질투고,
포세이돈의 침묵이고,
세상의 오해야.
나는… 괴물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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