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한 생명을 안았고
그 아이는 나의 두려움보다 따뜻했으며
신들의 심판보다 순결했으며
운명보다 더 눈부셨다.
내가 들고 있던 것은, 아기였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울지 않았다.
그 작고 여린 몸짓으로 내 품을 더듬다가, 어느새 나의 심장을 붙잡았다.
나는 처음으로… 두려움 없이 세상을 바라보았다.
폐허 같은 밤이었지.
바위 벽에 갇힌 작은 방, 금빛 햇살 한 줄기조차 허락되지 않던 그 감옥 속에서
어쩌면 나조차 잊고 있었던 희망이, 나를 뚫고 나왔다.
너는, 그런 존재란다.
사슬로도 막지 못한 빛.
예언으로도 멈추지 못한 생명.
왕의 공포조차 이기지 못한 작은 신의 기척.
나는 그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따금 그 속에는 별이 반짝였고
이따금 나를 닮은 고집이 비쳤다.
작은 손이 내 손을 움켜쥘 때, 나는 알았다.
이 아이는 쓰러지지 않으리라.
비록 바다에 던져질지라도,
비록 바람이 그를 이끌어 모래 위에 내팽개칠지라도.
그의 발은 걷게 되리라.
그의 검은 빛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오래도록 남으리라.
“페르세우스.”
나는 그를 안은 채, 속삭였다.
“너는 파괴된 것에서 태어난 이. 절망 속에서 움튼 약속.
네 이름은 나의 기도, 신들의 대답이 될 거야.”
그 순간, 어딘가에서 부서지는 듯한 금속 소리가 들렸고
나는 얼어붙은 마음을 붙잡으며 아이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이 작은 이름 하나가,
나를 부수었던 세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그의 이름은 페르세우스.
금빛 감옥을 비웃고
바다를 건너
하늘까지 닿을 아이.
그리고 나는 믿는다.
내가 그를 낳았다는 것이…
신들이 내게 마지막으로 허락한 축복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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