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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k Mythology/Fanfiction

불꽃의 맹세, 제우스에게 등불을 : 티탄족의 배신자, 프로메테우스

by The Fallen Gods 2025. 4. 16.
“네가 고른 길은, 우리 모두를 무덤으로 인도할 것이다.”

 

형 에피메테우스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실망도, 분노도, 어쩌면 연민조차 비쳤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그 어떤 길보다, 이것이 가장 많은 미래를 품고 있었다.

티탄족의 피를 타고난 내가, 제우스의 편에 선다.
그것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지금까지 믿어왔던 질서 전체를 뒤집는 일이었다.

 

하늘은 붉게 갈라지고 있었다.
티탄 마키아, 신과 신이 맞붙은 전쟁.
그 전쟁은 근육과 무기의 싸움이 아니었다.


오래된 세계와 새로운 세계가 맞부딪친 소리,
두려움과 희망이 뒤엉킨 불꽃의 굉음이었다.

나는 전쟁의 최전선에 서지 않았다.


내 무기는 창이나 번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계산하고, 예언하고, 조율하는 자였다.
가끔 제우스는 나를 그의 '어둠 속 등불'이라 불렀다.

“당신이 말해주는 미래가 없다면, 나는 이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을 거요.”

 

그는 그렇게 속삭였다.

 

그 시절의 제우스는 아직 젊었다.
목소리는 단단했고, 눈은 불안정했지만 빛나고 있었다.
그는 크로노스를 증오했다.


자신을 삼키려 했던 아버지를, 자신의 형제들을 잔혹하게 다뤘던 폭군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증오 속에 담긴 갈망은, 크로노스를 닮아 있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는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적어도 그때까진.

 

전쟁은 길었다.
티탄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내 형제 아틀라스는 하늘을 짊어질 정도의 힘을 가졌고,


내 아버지 이아페토스는 대지를 쪼개는 창을 들었다.

나는 그들 앞에 섰다.
무기는 없었지만, 내 눈은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시대의 끝자락에 서 있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웃었다.

“언제부터 네가 우리를 내려다보게 되었지, 프로메테우스?”

 

그 말이 내 가슴을 깊이 찔렀다.
그들이 맞았다.
나는 언제부턴가 형제가 아닌 관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쟁은 결국 제우스의 승리로 끝났다.
크로노스는 타르타로스에 갇혔고, 그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가라앉았다.
올림포스의 정상에는 번개의 왕이 앉았고, 그 옆에는 나의 자리도 있었다.


신들은 환호했지만, 나는 문득, 이상한 허기를 느꼈다.

이것이 내가 원한 세계였을까?
폭군을 쓰러뜨리고 얻은, 또 다른 지배자의 탄생.

 

제우스는 변해가고 있었다.
초기의 그는 신중했고, 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눈은 명령의 언어를 담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흙과 숨결로, 나와 에피메테우스가 형상을 완성했다.
나는 인간 안에 ‘지혜’를 불어넣었다.

 

그들은 작고 나약했지만,
나는 그들이 언젠가 신보다 더 높이 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그들을 ‘도구’로만 보았다.

“그들은 신을 섬기기 위한 존재일 뿐이다.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줬어, 프로메테우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불을 주는 상상을 했다.

 

제우스와 나 사이의 틈은, 말이 아닌 신념의 균열이었다.
나는 그를 도왔고, 세상을 바꿨지만—
그 바뀐 세상도 언젠가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번엔 더 고독했고, 더 조용했으며,
더 거스를 수 없었다.

 

제우스가 나를 친구라 부르던 날들이,
곧 형벌의 예고장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크로노스를 따르지 않았던 것처럼,
나는 또 다른 신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지혜를 품은 불꽃은
언제나 신의 허락 없이 피어나는 법이다.

 

 

참고한 그리스로마신화

프로메테우스는 티탄족이지만, 티탄마키아(신과 티탄 간의 전쟁)에서 형제들과 달리 제우스를 도왔다. 그 이유는 그가 미래를 볼 수 있었고, 제우스의 승리를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단순한 예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프로메테우스, 불의 대가 : 인간을 위해 신에게 등 돌린 자의 최후

 

프로메테우스, 불의 대가 : 인간을 위해 신에게 등 돌린 자의 최후

바람은 날마다 다르게 불었다.어떤 날은 가볍고, 어떤 날은 살을 벴다.하지만 그 바람에도 익숙해졌다.카우카소스의 바위 틈,세상과 단절된 이곳이 내 마지막 무대였다.팔과 다리를 꿰뚫은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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