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날마다 다르게 불었다.
어떤 날은 가볍고, 어떤 날은 살을 벴다.
하지만 그 바람에도 익숙해졌다.
카우카소스의 바위 틈,
세상과 단절된 이곳이 내 마지막 무대였다.
팔과 다리를 꿰뚫은 사슬은 신들의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어떤 도끼도, 어떤 불도 그것을 녹이지 못한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든다.
그것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내려와
내 간을 쪼아낸다.
처음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다음엔 울었다.
그러다 나는 침묵을 배웠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나를 삼키게도 두지 않았다.
나는 그날을 기억한다.
불을 훔쳐 나올 때의 밤,
신들의 성전은 빛나고 있었고
나는 그 빛 중 하나를 손에 감쌌다.
작고 작열하는 그것은
어떤 창보다 무거웠고, 어떤 왕관보다 뜨거웠다.
“이것은 신의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불은 지배의 상징이었고,
나는 그것을 자유의 증거로 바꾸었다.
그 작은 불씨를 받은 인간은 처음엔 놀랐다.
그 다음엔 울었고,
곧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불을 품은 그 순간,
그들의 눈동자가 변했다.
그들은 두려움을 잊기 시작했다.
제우스는 분노했다.
그의 분노는 번개보다 빠르고, 재보다 깊었다.
“네가 감히, 나의 뜻을 거역해?”
그는 외쳤지만,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나는 거역한 것이 아니다. 나는, 너를 넘은 것이다.”
그 말을 뱉은 순간,
나는 스스로 나를 단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부터 나는 이 바위와 하나가 되었다.
시간이 지났고, 수없이 많은 간이 새로 돋았다.
수없이 많은 고통이 나를 찢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나는 신념을 불태웠다.
“그들이 언젠가 이 불을 이어갈 것이다.
그 불은 단순한 열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이고, 탐구이고, 반역이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바꾸려는 의지다.”
밤이 되면, 독수리는 떠나간다.
하늘에는 별이 뜨고,
나는 그 빛을 세어본다.
어떤 별은 빠르게 사라지고,
어떤 별은 내 이름을 기억하는 듯 오래 머문다.
나는 매일 세상을 저 아래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상상한다.
그들이 불을 피우며,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자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그리고 그들이,
언젠가
하늘을 향해 묻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신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제
제우스도 두렵지 않다.
불은 그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타오르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타오르며 남는 자가 되었다.
나의 형벌은 끝나지 않았지만,
나의 반역은
벌써 시작된 지 오래다.
참고한 그리스로마신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었고, 그 대가로 제우스에게 붙잡혀 카우카소스 산에 묶인다. 독수리가 매일 그의 간을 쪼아먹고, 밤이 되면 다시 재생되는 형벌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인간을 믿었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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