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연인들 #3 : 황금비를 품은 소녀, 다나에

사랑이 내게 올 줄은 몰랐다.
사랑이라는 말이, 금속처럼 차갑고 무거운 문 너머에서
노크하지 않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다나에.
아크리시오스 왕의 딸이자, 예언의 그림자에 갇힌 존재.
아버지는 예언을 두려워했다.

“너의 아들이 나를 죽일 것이다.”

 

그 한 문장이 내 삶을 집어삼켰다.
나는 탑에 가두어졌고, 바람조차 들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시간이 아닌 침묵을 헤아리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늘이 무너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늘이 빛으로 녹아내렸다.

 

작은 창문 틈 사이로
황금빛 비가 내렸다.
비는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내 뺨을 타고, 어깨를 스치고, 손끝에 닿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이건 꿈이야.”

 

하지만 그 꿈은 나의 안으로,
심장으로,
몸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다음 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의 배 속에는 작은 생명이 있었다.
내 안에서 또 다른 박동이 뛰고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나를 흔들었다.
그의 이름은 말해지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하늘이었고,
제우스였다.

 

하지만 세상은 사랑을 환영하지 않았다.
아이를 안은 채, 나는 상자에 갇혀 바다로 버려졌다.
그 순간, 파도는 자장가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두려움과 절망이 나를 휘감았다.

‘내가 한 것이 무엇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묻고 또 묻으며,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숨을 참아야 했다.

 

그러다…
우리는 세리포스에 닿았다.
낯선 섬, 낯선 사람들.

나는 아들을 안고 조용히 살았다.

아이의 이름은 페르세우스.

 

그는 나와 달리,
어떤 벽도, 어떤 예언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을 가졌다.

나는 가끔 하늘을 본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우산을 펼칠 때—
나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맞는다.

 

그날처럼…
그가 다시 나를 안아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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