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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k Mythology/Fanfiction

아탈란타의 사냥 : 피와 가죽, 그리고 첫 창

by The Fallen Gods 2025. 4. 17.

어떤 전장엔 북소리가 없고, 깃발도 없다.
대신 짐승의 울음과 피냄새가 깃든다.


나는 지금, 그런 전장에 서 있다.

이름조차 듣기 싫은 도시—칼리돈.

 

그들은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았고,
그 결과 여신은 분노했고, 짐승은 풀려났다.

 

산을 핥던 멧돼지의 포효는
무리 중 가장 약한 자가 아니라,

 

가장 자만한 자의 심장을 찢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바라봤다.

"여자 주제에, 이 사냥에 왜 낀 것이냐"

 

나는 그들의 시선에 익숙했다.
나를 안은 건 곰이었고,
나를 키운 건 바람과 나무였다.

 

이 세상 누구도 나를 온전히 품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나를 무기로 만들었다.

“위험하다고요?”
“그래서 내가 왔지요.”

 

나는 웃었다.

짐승은 들판을 가르며 달렸다.
그의 발굽은 흙을 찢었고,
이빨은 영웅의 허영을 물어뜯었다.


나는 첫 창을 꺼냈다.

숨을 죽였다.


사람의 말보다, 바람을 믿었고
신의 이름보다, 내 손의 떨림을 믿었다.

 

던졌다.
창은 포효를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그놈의 어깨에 박혔다.
피가 터졌다. 그건 붉은 꽃 같았다.


그 순간, 짐승은 비틀거렸고
나의 심장은 처음으로 뛸 수 있었다.

주위는 조용했다.


그들의 시선은 경멸에서 경외로 바뀌었다.
하지만 동시에 시작된 건
질투와, 경쟁과, 피였다.

 

남자들이 달려들었고
짐승은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첫 피를 흘리게 한 나를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왕이 말했다.

“아탈란타, 너의 공이다. 가죽을 가져가거라.”


하지만 그의 옆에 서 있던 이들은
그 말에 이빨을 숨기고 고개를 숙였지.

나는 가죽을 받아들었다.


그 짐승의 가죽은 생각보다 거칠었고,
내 손에 닿은 피는 아직 따뜻했다.

그러나, 이상했다.


나는 이겼는데
왜 이토록 고요하고 쓸쓸했을까?

 

밤이 되자, 나는 혼자 불을 피웠다.
다른 이들은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고
나는 멧돼지 가죽을 덮고
별을 바라봤다.

 

그 별들 사이에서
달이 유독 또렷하게 빛났다.


아르테미스,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이 전장의 첫 창을 든 손이 여자였음을.

 

그리고 나는 묵묵히 기도했다.
가죽이 주는 영광보다,


그 창이 의미했던 것을 누군가는 기억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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