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내 발끝을 스쳤다.
바람처럼 달리는 나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내 발에 닿는 땅은 내 영혼과 닮았고,
내 심장은 한 번도 남자를 위해 뛰지 않았다.
나는 아탈란타.
남성보다 빠르고, 신보다 자주 외로웠던 여자.
신탁이 내게 말했다.
“남자를 품는 날, 너는 죽음보다 더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그래서 달렸다. 누구도 내 옆을 지나치지 못하게.
그 날, 황금빛 사과가 내 앞에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다.
히포메네스. 눈동자는 열정으로 불탔고,
입술은 내 이름을 부드럽게 감았다.
“네가 원하는 건 승리냐, 나냐?”
그가 던진 물음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첫 번째 사과.
그는 던졌고, 나는 흔들렸다.
잠깐, 아주 짧은 망설임.
나는 그를 바라봤고,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이 내 심장을 찔렀다.
두 번째 사과.
그는 나보다 느렸지만,
내 마음은 그를 앞질렀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느려졌다.
세 번째 사과.
그는 마치, 신에게 도전이라도 하듯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질주는 멈췄고
그의 손안에 내 숨결이 쥐어졌다.
나는 졌다. 그리고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은 신의 질투를 견디지 못했다.
우리는 그 신의 성전 안에서,
절제를 잃은 채 서로를 탐했고
그 결과, 사자가 되어버렸다.
털로 덮인 몸, 울 수 없는 입,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를 안다.
이 육신이 사자가 되어도,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내 이름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비록 발은 멈췄지만,
우리의 사랑은 아직도
달빛 아래, 황금 사과처럼 빛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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