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reek Mythology/Fanfiction

시간의 왕, 어머니의 눈물 : 크로노스와 레아의 비극

by The Fallen Gods 2025. 4. 15.
“나는 모든 것을 삼켰다. 하지만 너만은… 삼키지 못했다.”

 

그는 시간의 신이었다.
모든 것을 자라게 하고, 사라지게 하고, 침묵 속에 묻어버리는 존재.
그의 이름은 크로노스.


세상을 다스린 티탄의 왕이었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을 뒤덮는 자였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왕이라 해도,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는 없었다.

 

그의 아버지, 우라노스.
하늘을 통치하던 자였고, 예언 속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길 운명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자식들을 땅속에 가뒀다.


그리고 크로노스는 그런 아버지를 쓰러뜨렸다.
운명을 거부하려는 자는 또 다른 운명을 낳을 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왕이 된 크로노스는 어느 날, 그녀를 만났다.


레아, 대지의 여신. 부드러운 눈동자와 따뜻한 손길로 모든 생명을 감싸는 존재.
그녀는 가이아의 딸이었고, 크로노스에게는 고요한 밤을 닮은 안식이었다.

 

처음엔 행복했지.
크로노스의 차가운 손은 레아의 온기에 녹았고,
레아는 그가 다시는 시간에 휘둘리지 않도록 품에 안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첫째 헤스티아,
둘째 데메테르,
셋째 헤라,
넷째 하데스,
다섯째 포세이돈.

그 아이들이 하나씩 태어날 때마다…
크로노스는 그들을 삼켰다.

자신이 언젠가 아이에게 왕위를 빼앗길 것이란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너를 믿었는데…”

 

레아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매번 그를 설득하려 했다.

“우리가 낳은 아이야. 네가 지키려는 이 세상은… 그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야.”

 

하지만 크로노스는 공포에 떨며, 아이들을 꿀꺽 삼켰다.

그는 사랑을 잃고,
신뢰를 잃고,
하나뿐인 그녀의 눈동자 속 따뜻함마저 잃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레아는 결심했다.

 

그녀는 갓난아기 대신 돌로 만든 뭉치를 포대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건넸고,
크로노스는 그것마저도 의심 없이 삼켰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지만, 입술은 떨림 없이 닫혀 있었다.


그렇게 레아는 마지막 아이,
제우스크레타 섬 깊은 동굴 속에 숨겼다.

 

그 아이는 자랐다.
레아의 기도로, 대지의 정령들의 품에서,
세상을 다시 빛나게 할 신으로.

 

크로노스는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삼킨 아이들을 다시 토해내고,
제우스에게 패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왕은 무너졌으며,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을 구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밤,
레아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진심을 바람에게 속삭였다.

 

“나는 널 미워하지 않아. 네가 두려웠던 걸 알아.
하지만 난… 그 아이들을 지켜야 했어.
너 없이, 혼자서라도.”

 

그리고 그녀는 다시 땅의 품으로 돌아가,
영원히 잊혀진 어머니의 눈물로 세상을 적셨다.